"보, 보고 싶었어." 말없이 내미는 손을 물끄러미 보던 세미는 손에 걸린 하얀 봉투를 받아드는 대신 그의 새까만 옷 소매를 붙들었다. 바짝 긴장해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탓에 단정한 소매 끝이 조금 구겨지는 것도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로 겨우 한마디 더듬더듬 내뱉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우시지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야가 온통 까매졌다. 보고 ...
*세미와 우시지마 둘이 같은 시라토리자와 중등부 출신이라는 설정입니다. 서로 알게 된 지 6년째... 벌써 세개째의 포키를 오독오독 씹던 세미는 침대 너머 책상 위에 잔뜩 쌓인 과자들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물함에도 다 안들어가 책상 위까지 잔뜩 점령한 그것들은 모두 생일 전날인 어제 받은 생일선물이었다.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포키는 물론, ...
그것은 어느 날.단둘이 체육창고에 들어갔던 때로부터 시작되었다. Smells like you 1. "와카토시, 잠시만." 대회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연습이 지속되는 바람에 좀 더 이른 기숙사 통금시간에 빠듯해진 1, 2학년들을 먼저 돌려보낸 참이었다. 우시지마는 늘 마지막까지 남아서 개인 연습까지 마치고서야 돌아가는 타입이었다. 오늘따라...
Trigger Warning : 교통사고, 부상, 사망. (자세한 묘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큰 대로변을 따라 걷다가 작은 빌딩 하나를 끼고 돌면 골목길이 나온다. 대로변에서 느껴지던 도시의 활기찬 감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몇 개의 상가 건물을 지나 높아 봐야 3층 정도의 단독주택이 즐비한 주거지역에 들어설 때쯤엔 주변이 쥐죽은 듯...
당신은 나의 아름다운 1. 절벽 위의 수족관 수심은 생각보다 깊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짙푸른 색에 눈이 시릴 지경이었다.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우시지마의 이마에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수조 주변엔 가림막이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이 정도라면 물도 뜨겁게 달궈질 법 ...
명계 사탕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빛바랜 종이에 먹색으로 새겨진 이름의 주인들을 찾아 갈 곳으로 인도한 지 어느덧 99년째였다. 3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지급된 새빨간 사탕은 그동안 무수히도 혼탁한 색으로 물들어 사라졌다. 지금 주머니에 고이 담긴 사탕 또한 내일이면 수명을 다할 것이었다. 고작 3년짜리 목숨 더 연명한다고 뭐가 좋을까. 애초에 더...
어느 화창한 날 오후, 부활을 쉬는 날인지라 정규 수업을 마치자마자 바로 기숙사로 돌아온 세미는 자신의 침대 위에 놓인 상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세미는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잊은 채 홀린 듯 낯선 상자를 집어 들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덜렁 놓여있는 상자 속 내용물의 정체는 도쿄바나나. 그것도 심플한 디자인으로 노랑이 주를 이루는 오리지널과는 다르게, ...
우연도 세 번 이상 겹치면 그때부턴 우연이 아니라 했다. 문제의 주차장이 처음이었고 그다음은 우시지마의 병원이었다. 경과를 보러 간 길이었다. 묵직한 봉투 안에 고작 3일 치만 들어있던 약이 딱 한 번 분량만 남아 처방전을 받으러 온 길이기도 했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모퉁이에서 갑자기 급하게 튀어나온 고시키에 놀라 굳어버린 채 피하지 못하고 뒤로 자빠질...
갈피를 잃은 눈동자가 차마 위로 오르질 못하고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러니까 발목을 그렇게 다치신 이유가.""...""계단을 두 개씩 한 번에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바람에, 그러셨다는 말씀입니까.""...네." 어쩌다 그런 건지 이유를 물어볼 것은 당연히 알았지만, 있는 대로의 사실을 고하는 건 생각보다 더 창피한 일이었다. 더더군다나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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